수줍음을 찢고 나온 도파민, 아일릿(ILLIT)의 발칙한 선언 ‘It’s Me’ 리뷰

K팝 씬에서 ‘소녀’를 정의하는 방식은 늘 시대의 공기를 반영해 왔다.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한 아일릿(ILLIT)이 정의한 소녀성은 ‘엉뚱함’과 ‘느슨함’이었다. 현실과 판타지 경계 어디쯤에 발을 걸친 채, 속마음을 들킬까 봐 발을 동동구르던 이들이 네 번째 미니 앨범 *‘마밀라피나타파이(MAMIHLAPINATAPAI)’*를 통해 마침내 울타리를 부수고 걸어 나왔다. 타이틀곡 ‘It’s Me(잇츠 미)’는 그동안 아일릿이 고수해 온 안전하고 무해한 이지리스닝의 문법을 과감히 거부한다. 이 곡은 수줍은 눈치싸움을 끝내겠다는 이들의 발칙한 선언이자, 듣는 이의 청각에 강렬한 파동을 일으키는 ‘고자극 도파민’ 그 자체다. 오늘은 수줍음을 찢고 나온 도파민, 아일릿(ILLIT)의 발칙한 선언 ‘It’s Me’ 를 리뷰 해보겠다.

https://youtu.be/bMhDJ0S0OBA?si=Jy1q3H9ZP1PGkGBg

음악적으로 ‘It’s Me’는 아일릿의 음악적 영토가 얼마나 넓어질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쇼케이스와 같다. 곡이 공개된 이후로 대중들의 반응이 여러방면으로 엇갈린 곡인데 개인적으로 비트 프로듀싱이 정말 잘 된 곡이라고 생각한다. 곡의 포문을 여는 것은 몽환적인 신스 사운드가 아닌, 심장을 타격하는 묵직하고 빠른 템포의 테크노 비트다. 미니멀한 하우스 리듬에 기대어 온 전작들과 달리, 이번 곡은 도파민을 직관적으로 자극하는 테크노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다. 도입부부터 쉴 틈 없이 휘몰아치는 베이스라인은 청자를 단숨에 압도하며, 후렴구에서 반복되는 중독적인 훅(Hook)은 한 번 맛보면 헤어날 수 없는 강렬한 중독성을 남긴다. 멤버들이 컴백 인터뷰에서 “한 번 먹으면 멈출 수 없는 마라탕이나 훠궈 같은 곡”이라고 비유한 것처럼, 이 곡은 자극적인 소스들을 정교하게 버무려 낸 웰메이드 팝 트랙이다. 거칠게 몰아치는 비트 위로 얹어지는 멤버들의 맑은 음색은 묘한 이질감을 만들어내는데, 이 대조가 오히려 곡의 세련미를 극대화한다.

곡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한층 더 영리하고 당돌하다. 앨범명인 ‘마밀라피나타파이’는 서로 원하지만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미묘한 눈치싸움의 순간을 뜻하는 희귀어다. 타이틀곡 ‘It’s Me’는 바로 그 정적의 순간을 깨부수는 폭발점이다. 가사는 고전적인 짝사랑의 서사를 완전히 뒤집는다. 상대의 마음을 살피며 애태우는 대신 너의 최애는 바로 나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상대의 마음을 선점하려 든다. 이는 단순히 연애 플러팅을 넘어, 글로벌 K팝 팬덤을 향해 “망설이지 말고 우리에게 입덕하라”고 외치는 아일릿의 본업적 야심과도 맞닿아 있다. 수줍어하던 소녀들이 “네가 좋아하는 건 결국 나일 수밖에 없다”며 확신을 갖는 심리적 변화는 Z세대 특유의 솔직하고 주체적인 자아를 대변하며 강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음악적 메시지는 시각적 텍스처를 통해 완벽한 미학으로 완성된다. 파리의 로맨틱한 거리와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촬영된 뮤직비디오는 ‘아일릿 코어’라 불리는 특유의 비주얼 정체성을 한 단계 확장했다. 영상 속 아일릿은 정형화된 요정이 아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결을 지닌 마법소녀, 혹은 은은한 광기와 위트를 품은 독특한 개체들로 묘사된다. 고풍스러운 파리의 건축물과 대비되는 멤버들의 트렌디한 스타일링, 그리고 거리를 거침없이 누비는 역동적인 카메라마킹은 곡이 가진 질주감을 시각적으로 고스란히 재현한다. 특히 아일릿 특유의 ‘위트 있는 호러’ 혹은 ‘엉뚱한 스릴러’ 같은 무드가 시각적 반전을 주며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여기에 숏폼 플랫폼을 겨냥해 정교하게 설계된 포인트 안무와 멤버들의 과감한 표정 연기는 시각적 타격감을 더하며, 뮤직비디오를 한 편의 감각적인 패션 필름이자 영리한 트렌드 리포트로 기능하게 만든다.

https://youtu.be/SToSz9n0TfI?si=ffC5PGizgNPfLKkY

결과적으로 ‘It’s Me’는 아일릿에게 완전한 ‘커리어 하이’를 안겼다. 초동 41만 장 돌파와 빌보드 메인 차트 진입이라는 성과는 이들의 과감한 변신이 대중과 팬덤 모두에게 통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물론 일각에서는 최근 K팝 시장을 휩쓴 특정 레이블의 테크노 문법과 유사하다는 평을 던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아일릿은 자신들만의 맑고 엉뚱한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이를 ‘아일릿화(化)’ 시키는 데 성공했다. 익숙함 대신 파격을 선택한 아일릿. 눈치싸움을 끝내고 세상 앞에 당당히 “그게 바로 나(It’s Me)”라고 외치는 이들의 질주는 이제 막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몸의 이상으로 활도을 쉬고 있는 모카의 안무영상도 볼 수 있는 영상을 첨부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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