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의 진짜 의미 — 트와이스 〈SIGNAL〉

 

 

팬이 아닌 일반 대중이 뮤직비디오를 챙겨 보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설령 본다 하더라도 깊이 생각하며 보기보다는 그냥 흘려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나 역시 특별히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아니라면 뮤직비디오를 찾아보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가끔 우연히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음악만 들었을 때는 전혀 몰랐던 숨겨진 서사를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오늘은 바로 그런 뮤직비디오 중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흥행을 놓친 적 없는 걸그룹, 트와이스의 〈SIGNAL〉이다.

 


 

트와이스는 2015년 10월 JYP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한 다국적 9인조 걸그룹이다.

데뷔 10주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단 한 명의 멤버 이탈 없이 아홉 명 모두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은, 아이돌 씬에서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트와이스는 데뷔곡 〈OOH-AHH하게〉부터 멜론 월간 차트 7위를 기록하며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 흥행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어 발매한 〈Cheer Up〉, 〈TT〉, 〈Knock Knock〉까지 연속으로 히트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대중 아이돌로 자리 잡았다.

오늘 함께 볼 〈Signal〉은 〈Knock Knock〉 다음으로 발매된 곡으로, 마찬가지로 큰 사랑을 받은 곡이다.

 

 

2017년 5월 15일 발매된 트와이스 미니 4집의 타이틀곡 〈SIGNAL〉은 박진영이 처음으로 직접 만든 트와이스 타이틀곡이기도 하다.

강렬한 808 베이스 사운드의 힙합 감성과 경쾌한 전자악기들의 댄스 사운드가 맞물린 독특한 조합이 인상적이며,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의 찌릿찌릿한 설렘을 유쾌하게 담아낸 곡이다.

 

“Signal 보내 signal 보내 찌릿 찌릿 찌릿 찌릿 난 너를 원해 난 너를 원해 왜 반응이 없니”

 

가사는 좋아하는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는 상황을 귀엽게 한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찌릿찌릿 부분에서 신호를 보내는 듯한 동작으로 이어지는 포인트 안무는, 트와이스의 또 하나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가사 내용 때문에 처음 들었을 때는, 짝사랑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표현한 노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트와이스의 MV를 보면 마지막에 놀라운 반전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MV의 첫 장면은 트와이스 멤버들이 광활한 들판에서 정체불명의 외계 전파를 맞고 쓰러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서 장면은 학교로 전환되고, 교실에는 외계인의 모습을 한 학생이 앉아 있다.

트와이스 멤버들은 창밖에서 그 외계 학생이 궁금한 듯 바라본다.

 

 

외계 학생에게 호기심을 느낀 모모는 초고속으로 그에게 다가가지만, 외계인은 그저 멀뚱히 쳐다볼 뿐이다.

이어서 미나가 파장을 보내보지만, 반응은 마찬가지다.

한편, 채영이 손짓으로 사물함 문을 열고 공을 공중에 띄우는 장면은 멤버들 또한 평범한 인간이 아님을 확신시킨다.

이처럼 멤버들은 각자 고유의 능력을 활용해 한 명씩 번갈아 가며 외계인의 반응을 끌어내려 시도한다.

 

 

나연은 영화 맨 인 블랙에 등장하는 기억 삭제 장치인 뉴럴라이저를 외계인에게 겨눠보지만 역시 별다른 변화가 없다.

쯔위는 외계인을 살짝 건드리는데, 강력한 힘이 능력인 듯 외계인이 저 멀리 튕겨 날아간다.

사나는 투명인간 능력을 이용해 얼굴을 제외한 신체를 사라지게 만들어 외계인을 놀라게 하려 하지만, 외계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린다.

 

 

계속해서 어딘가로 향하는 외계인의 뒤를 몰래 뒤따르는 트와이스 멤버들.

중간중간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며 따라간 끝에 도착한 곳은 한 숲속이다.

나무 위에는 오두막집이 자리하고 있고, 주변에는 위성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이 외계인의 아지트인 듯하다.

잠시 후 외계인이 하늘을 향해 신호를 보내는 듯한 손동작을 취하자, 우주선이 내려와 그를 데려간다.

 

 

그 자리에 남겨진 트와이스 멤버들은 자신들도 함께 데려가 달라는 듯 손을 뻗어보지만, 우주선은 그대로 떠나버린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트와이스 멤버들이 아까 그 외계인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끝으로 MV는 막을 내린다.

 

 

표면적인 스토리만 보면,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에 호기심을 느낀 트와이스가 끊임없이 반응을 유도하지만, 번번이 무시당하는 답답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반전이 드러난다.

트와이스 멤버들 역시 외계인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지구에 불시착한 뒤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고, 이 행성에 온 파란 외계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다.

그러나 파란 외계인은 어째서인지 그들의 시그널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결국, 트와이스 MV는 사랑의 답답함이 아닌, 도움 요청을 알아 듣지 못하는 답답함을 표현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MV를 함께 감상하는 묘미일 것이다.

음악만 들을 때와 달리, MV를 통해 시각적인 서사가 더해지면 같은 가사도 전혀 다른 맥락으로 읽히기 시작한다.

앞으로도 좋아하는 곡의 MV를 찬찬히 들여다보다 보면, 또 다른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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