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돌판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자체 제작 콘텐츠(자컨)의 트렌드는 단연 ‘날 것 그대로의 관계성’과 ‘예상치 못한 반전 매력’이다.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짜인 칼군무와 신비로운 콘셉트를 보여주던 멤버들이, 카메라 뒤에서 현실 자매처럼 투덜대고 망가지는 모습은 팬덤을 넘어 대중까지 사러잡는 강력한 킬러 콘텐츠가 된다. 지난 3월, 걸그룹 리센느(RESCENE)의 멤버 원이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갸루 출신 일본인에게 일본어 배우기> 에피소드는 이러한 ‘자컨 흥행 공식’을 가장 유쾌하고 뻔뻔하게 증명해낸 영상이다.
https://youtu.be/bvUS-ri9nqQ?si=6Gp_6xv7-aTM7-Yv
일본 활동 맞춤형 과외, 그런데 이제 ‘갸루’와 ‘거제 불주먹’을 곁들인
영상의 시작은 최근 일본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는 리센느의 상황에 발맞춰, 원이가 실전 일본어를 배우겠다는 지극히 생산적인 기획으로 출발한다. 원이의 일일 일본어 선생님으로 등판한 구원투수는 다름 아닌 같은 팀의 일본인 멤버 미나미. 15살 때까지 일본에 살았던 미나미는 당당하게 ‘표준어 모드’, ‘갸루 모드’, ‘양키 모드’라는 파격적인 선택지를 제시하며 초반부터 비상한 재미를 예고한다.
이 영상의 백미는 단연 미나미가 자신 있게 선보인 ‘갸루 모드’와 이에 맞서는 원이의 현실 타격감 넘치는 리액션이다. 시부야 노는 언니들을 연상시키는 Y2K 감성의 갸루 말투를 시연하는 미나미를 보며 “이 말투 아이돌이 써도 되나요?”, “제 채널에 문제 없는 거죠?”라며 진심으로 당황하는 원이의 모습은 시작부터 큰 웃음을 안긴다. 특히 미나미의 거침없는 불도저 같은 텐션에 밀려, 원이가 졸지에 ‘거제 불주먹’이라는 정감 가는 별명을 얻게 되는 과정은 이 영상이 가진 날 것 그대로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NPC 미나미와 아바타 원이의 아슬아슬한 티키타카
예쁜 카페로 자리를 옮긴 후 본격적으로 이어진 1:1 과외는 사실상 ‘일본어 학습’의 탈을 쓴 예능적 상황극에 가깝다. 미나미가 일본어 문장을 한마디 던지면, 원이가 이를 그대로 복사해 말해야 하는 아바타 미션이 펼쳐지는데, 여기서 두 사람의 성격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며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미나미는 상황에 몰입해 뻔뻔하게 원이를 조종(혹은 가스라이팅)하고, 칼질까지 시키며 상하관계를 뒤바꾸는 영악하고 귀여운 악마 같은 매력을 뽐낸다. 반면 원이는 억울해하면서도 미나미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본어 문장을 따라 하려 고군분투한다. “아루이떼 도노크라이 카카리마스카(걸어서 얼마나 걸리나요?)” 같은 실전 문장을 발음하기 위해 입을 삐죽이며 집중하는 원이의 멍뭉미 넘치는 모습과, 그런 언니를 보며 “좀 치는데?”, “잘한다 잘한다”라며 능청스럽게 밀당을 하는 미나미의 티키타카는 17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지루할 틈 없이 꽉 채운다.
깨알 같은 한·일 문화 차이와 뜻밖의 반전
단순히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디저트를 먹으며 나누는 ‘패션과 뷰티 스타일로 알아보는 한국인과 일본인 구별법’은 꽤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톤 다운된 의상을 선호하는 한국인과 달리 애쉬 그레이나 카키 등 화려한 헤어 컬러와 비비드한 색감의 패션을 즐기는 일본인의 특징을 짚어내는 장면에서는 미나미의 예리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오늘 제 머리(트윈테일) 과해요?”라고 묻는 미나미에게 무대 위 아이돌의 자존심을 걸고 “나 포니테일 그냥 한 거 아니야, 나 아이돌이야!”라고 맞받아치는 원이의 유치하고도 귀여운 자존심 싸움은 케이팝 팬들이 환호할 만한 포인트다.
영상의 막바지, 노래방(카라오케)으로 자리를 옮겨 폭발적인 텐션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에 이어 등장한 미나미의 일본어 엔딩 소감은 뜻밖의 뭉클함과 반전 웃음을 남긴다. 미나미가 유창한 모국어로 진중하게 소감을 말하자, 원이가 “사실 미나미가 일부러 일본어 못하는 척하는 게 아니라 한국어를 너무 열심히 하느라 진짜 일본어를 까먹은 것”이라며 “그리고 원래 귀엽습니다”라고 급하게 수습하는 변명 타임은 이들이 평소 서로를 얼마나 아끼고 의지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총평: 무대 위 신비로움을 지워내니 더 사랑스러운 리센느
<갸루 출신 일본인에게 일본어 배우기>는 거창한 세트나 자극적인 연출 없이, 오직 두 멤버의 매력과 ‘찐친 케미’만으로 1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무대 위 리센느가 보여주는 고혹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동네 동생들과 다름없는 친근함과 엉뚱함이 돋보인 수작이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서로의 문화를 장난스럽게 공유하고 받아들이는 원이와 미나미의 모습은, 앞으로 이들이 보여줄 글로벌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유쾌한 웃음과 힐링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 이 아찔하고 귀여운 일본어 과외 영상을 기꺼이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