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유기>는 명실상부 스타 PD 나영석 사단의 대표작으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총 8개 시즌을 선보였다. OTT 중심 시청 환경으로 점차 이동하던 시기였음에도, tvN의 간판 예능으로서 굳건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보통 시즌제 예능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힘이 빠지기 마련인데, <신서유기>는 오히려 가장 최근작인 시즌 8에서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의 화제성은 압도적이었다. 공식 종영은 아니지만 사실상 장기 휴지기에 들어간 상태이기에, 많은 이들이 시즌 9에 대한 소식을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다.
사실 내게 <신서유기>는 단순한 예능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 시리즈를 기점으로 나영석 PD 사단의 프로그램은 물론, 예능이라는 장르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커졌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좋아하는 프로그램만 반복해서 보던 수동적인 시청자였다면, <신서유기>를 통해 예능의 틀 안에서도 수많은 컨셉과 변주가 가능함을 깨달았다. 이제 나는 최신 방송 트렌드를 눈여겨보고, 프로그램의 형식과 재미 요소를 리뷰하는 시선으로 예능을 사랑하게 되었다.
여행, 게임, 그리고 ‘관계’라는 강력한 무기
<신서유기>는 기본적으로 ‘서유기’ 세계관에 여행과 게임을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시즌 1은 과거 <1박 2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멤버들의 재결합으로 시작되었다. 손오공, 저팔계 등의 캐릭터로 여행을 다니면서 미션을 수행하고 드래곤볼을 모으는 설정은 단순하지만 확실한 재미를 보장했다.

진행되는 게임은 이해하기 쉬운 단순한 포맷에, 출연자들의 예능감과 단합력이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인물퀴즈, 좀비 게임, ‘고깔고깔’로, 이는 실제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레크리에이션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시즌이 거듭되며 여행지와 캐릭터 설정은 계속 바뀌었지만, 그 중심을 관통하는 본질은 ‘각 출연자의 특출난 예능감과 출연자 간의 유대감’이다. 시즌 1부터 함께한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은 예능계에서 오랜 기간 활약해온 베테랑들이며, 새롭게 투입돼 젊은 예능감을 보여주는 YB 멤버들도 만만치 않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OB 라인의 안정감에, 예상치 못한 매력을 뿜어내는 YB 멤버들이 더해져 완벽한 시너지를 낸다. <신서유기> 시리즈에는 거의 항상 촬영 시작 전 회식을 하는 장면을 송출하곤 하는데, 여기서 출연자들과 스태프들은 사석에서도 편안하고 끈끈한 사이라는 점이 드러나며 이것이 방송에서도 편안한 케미와 ‘찐 반응’을 만들어낸다.
서로를 잘 알기에 가능한 거침없는 농담과, 분량 확보라는 목표 아래 더 파격적인 분장을 차지하려 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현실적인 웃음을 준다. 단순히 웃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넘어, 현실에서 함께 노는 사람들의 즐거움이 화면을 넘어 전달되는 것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힘이다.
매 시즌 새롭게 도입되는 무언가
<신서유기>의 특징은 매 시즌 눈에 띄는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드래곤볼 미션이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시즌 5의 귀신 컨셉(홍콩), 시즌 7의 도사 컨셉(국내) 등 촬영지와 캐릭터를 과감하게 비튼다.

또한, 방송에 활용하는 게임도 특정 몇 가지를 계속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추가된다.
물론 이런 변화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기존 컨셉이 흐려졌다”거나 “분장에만 너무 치중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하지만 출연자 간의 관계성과 그들이 게임 속에서 뿜어내는 의외성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이런 변화가 오히려 “이번엔 또 어떤 새로운 것을 가져왔을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매력이다.
스핀오프로 확장된 거대한 세계관
<신서유기>는 본편을 넘어 여러 스핀오프와 번외편을 통해 세계관을 확장했다. <강식당>, <신서유기 스페셜 스프링 캠프>부터 공식 외전은 아니지만 사실상 외전으로 통하는 <라끼남: 라면 끼리는 남자>, <마포멋쟁이>까지.
이러한 ‘번외판’ 전략은 세 가지 큰 장점을 갖는다.
기존 팬덤을 공고히 유지하고,
본편에서 보여주지 못한 출연자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며,
본편과 달리 시청자가 열광하는 특정 분야 (음식, 패션 등)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강식당>이 나영석 사단의 주특기인 ‘요리’를 극대화했다면, <마포멋쟁이>는 송민호, 피오를 통해 ‘패션’에 민감한 젊은 시청자들을 이끌어냈다.

제작진과의 경계 없는 티키타카
보통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스태프는 ‘보이지 않는 존재’여야 하지만, 예능에서는 그 개입이 웃음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신서유기>는 이 지점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리즈다.
과거 참여했던 나영석 PD의 강연에서 그는 “카메라와 스태프가 화면에 가감 없이 노출되는 이유는 출연자가 환상 속 인물이 아닌, 우리와 같은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언급했다. 연예인들이 촬영장 건너편 스태프들과 스스럼없이 교류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묘한 친근감을 느낀다.
실제로 <신서유기>의 스태프들은 단순히 지나가듯 나오는 것을 넘어 미션의 핵심 주체로 활약한다.
시즌 2의 ‘옥룡설산의 분노’ 미션에서 출연자들을 웃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스태프들이나, 시즌 8 인물 퀴즈에서 게임의 일원으로 투입되던 장면들이 대표적이다.

메인 PD나 FD가 간간이 얼굴을 비치는 수준을 넘어, 스태프 자체가 출연자처럼 활용되는 점은 이 프로그램만의 독보적인 정체성이다.

유튜브에 스태프들의 활약만을 모은 영상이 업로드 되어있을 정도다.
그래서 <신서유기>는 잘 꾸려진 출연자와 기획이 주는 재미도 있지만, 카메라 앞뒤의 경계를 허무는 스태프들의 역할도 크다.
마치며: 시청률 너머의 예능을 보게 한 ‘나의 인생작’
<신서유기>는 출연자와 스태프가 치열하게 고민해 만든 콘텐츠가,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방송으로 어떻게 완성되는지 보여준 작품이다. 그리고 그 웃음이 일상에 스며들고, 결국 하나의 유대감과 거대한 팬덤으로 이어지는 과정까지 목격하게 해준 나의 인생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