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작품이었다.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꾸준히 활용되고 있는 ‘언더커버’ 설정에 오피스 코미디를 결합했다는 점은 흥미롭게
다가왔고, 박신혜 배우 역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신뢰를 주는 배우인 만큼 기대 요소로 작용했다. 금융감독원 에이스였던 30대 후반의 홍금보가 한민증권의 비자금 리스트와 ‘예삐’를 찾기
위해 20대의 모습으로 위장 잠입 수사에 나선다는 설정 역시 기획 단계에서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1~2화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주인공 홍금보의 출발 동기였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홍금보라는 인물이 있고, 시청자는 그의 선택을 따라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왜 하필 홍금보여야 하는지’, 그리고 ‘왜 이렇게까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가 초반부에서 조금 더 분명하게 제시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1화에서는 홍금보와 협력 관계에 있던 한민증권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며 수사가 중단된다. 이후 납치 위협과 한민증권 회장의 경고를 통해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전달되지만, 홍금보가 언더커버 작전에 직접 뛰어들 수밖에 없는 개인적인 이유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극 중 언급되는 ‘9년 전 사건’이 홍금보와 관련이 있다는 점은 회상 장면을 통해
암시되지만, 그 사건이 홍금보에게 어떤 의미였고 왜 이 수사에 집착하게 만드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그 결과 이야기는 진행되지만, 주인공의 선택에 대한 감정적 설득력은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언더커버 설정이 활용되는 방식이다. 언더커버 장르의 가장 큰 매력은 정체가 들킬 수 있다는 긴장감에서 나온다.
그러나 작품 속 홍금보는 비교적 빠르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30대 후반의 금융감독원 에이스가 20대 신입사원으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법한 어려움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199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세대 차이에서 오는 말투, 사고방식, 인간관계의 간극이 존재했을 텐데, 이러한 부분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언더커버 설정이 다소 평면적으로
소비되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 작품이 오피스 코미디와 로맨스 요소를 함께 담고 있다는 점은 이해된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정체를 숨기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불편함이나 위기 상황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2화 엔딩에서 홍금보가 ‘홍장미’라는 신분으로 전 남자친구이자 한민증권의 새 사장 신정우와 마주하는 장면은 다음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충분히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긴장감이 더욱 크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초반부에서 홍금보가 이 작전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언더커버 생활의 부담감이 조금 더 단단하게 쌓였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개선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홍금보의 개인적인 동기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9년 전 사건에 대한 모든 진실을 후반부에서 공개할
계획이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그 사건이 홍금보에게 어떤 상처나 미련으로 남아 있는지는 초반부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특히 위장 입사를 강하게 거부하던 홍금보가 결국 스스로 작전을 선택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화면 속에서 보다 명확하게 드러났다면 캐릭터의 행동 역시 훨씬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언더커버 설정을 활용한 긴장감을 강화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회차에서는 특정 인물에게 정체가 들킬 위기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순간 속에서도 홍금보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으면 좋겠다. 또한 사장의 비서였던 인물이 너무 빠르게 홍금보에게 마음을 여는 전개보다는, 한 번쯤 크게 의심하거나 갈등을 겪는 과정이
추가된다면 이후 관계 변화도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기숙사 생활이라는 공간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되었으면 한다. 20대 직원들과 함께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생활 방식, 말투, 가치관의 차이를 통해 ‘이 사람은 어딘가 다르다’는 인상이 쌓인다면 언더커버 설정은 지금보다 훨씬 입체적으로 살아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아쉬움은 이후 전개를 통해 충분히 해소될 수 있었다. 하지만 언더커버 작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앞으로 구체적으로 밝혀진다면 지금의 인상 역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초반부는 시청자가 작품에 몰입하는 중요한 구간인 만큼,
이러한 요소들이 조금 더 촘촘하게 제시되었다면 언더커버라는 흥미로운 설정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