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 10주년 ‘응팔’, 어른들의 추억에서 청춘들의 추억으로..

2015년 11월, 반복되는 사회속에 살아가던 어른들을 어린시절로 보내줬던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작년을 기점으로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한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입니다. <응답하라 1988>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3번째 작품으로, 방영 전부터 팬들과 대중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고 18.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당시 비지상파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흥행작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응팔’은 어른들에게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면 그 시대를 모르는 젊은 이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다른 세상을 체험하게 하여 신선한 감각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현재, 당시의 어리고 젊었던 청춘들까지 이 드라마에 대한 그리움을 표출하자 이에 부응하기 위해 2025년, 응팔 10주년’ 기념 프로그램까지 제작되기도 하였습니다. 과연 ‘응팔’의 어떤 매력이 세대를 뛰어넘어 우리들로 하여금 눈물과 기쁨을 가져다줬던 걸까요?

 


 

 

 

 

그 때 그 시절 공동체의 정情

<응답하라 1988>은 1980년대 후반, 현대 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웃간의 정으로 가득 찬 어느 골목길 주민들의 삶을 그려낸 따뜻한 이야기 입니다. 실제로 <응답하라 시리즈>를 모두 연출했던 신원호 PD는 이 작품을 위해 기획 단계에서 “골목길”에 관한 기사, 도서 등을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습니다. 주로 1-2명의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여느 타 드라마들과는 달리, “개인”보다는 “가족”에 초점을 맞추며, 다양한 사람들의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였습니다. 어쩌면 제작진은 현대사회에서 한창 치열하게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재 기성세대의 어른들을 타겟으로하여, 그들이 현대와는 다른 모습의 따뜻한 정을 떠올리고 여유롭고 즐거웠던 과거를 그리워하도록 하기 위해 1988년 이라는 해를 선정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디테일에 대한 광기어린 집착

<응답하라 1988>은 시리즈의 전작들에서 그랬듯, 그 시대적인 분위기와 특징을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연출을 보여주었습니다. 과거의 아날로그 적인 칙칙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분위기를 내기 위한 색보정 등의 편집 기법은 물론, 특히 미장센(mise-en-scene)적인 측면에서 놀라운 디테일을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각각 집안 분위기에 맞는 가구들, 벽지, 의상들부터, 지금은 찾아볼 수 없게 된 그 때 그 시절의 물건들을 그대로 재현하였습니다. 두꺼운 브라운관 TV부터, 단종된 간식거리들, 오락기기, 세트장 등 말 그대로 1980년대의 분위기를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들인 것 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응팔” 하면 뺴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미디어적인 측면입니다. 1988년의 핵심 국가적 행사였던 서울올림픽을 중심으로 하여 대학가요제, 광고 등 그 당시의 영상 자료 화면들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이 그 세계관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또한 작중에서 이문세, 조용필, 김광석 등의 레전드 가수들의 음악들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 음악들은 인물들의 감정에 몰입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기성세대로 하여금 잊고있던 추억을 상기시키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거의 음악들은 현대 가수들의 리메이크 방식을 통해 작품의 OST로 발매되며, 주요 음원차트 상위권을 장악하는 등의 인기를 끌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제작진들의 디테일한 의도 하나하나가 모여 기성세대들로 하여금 추억을 회상하게 하였고,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과거의 분위기를 느끼고 부모님 세대의 생활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며, 신선한 감정을 느끼고 그 매력에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어남류 vs 어남택

<응답하라 1988>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특정 주인공 중심이라기보다, 다양한 인문들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여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 울고, 웃고, 아파하고, 기뻐하기도 하죠.

그리고 그 중 응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덕선이(혜리)를 둘러싼 정환(류준열)과 택이(박보검)의 삼각관계 입니다. 입소문을 타면서 응팔의 인기가 대한민국에서 절정에 달하던 시기에 사람들은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파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최택)’파로 나뉘며 덕선이의 미래 남편의 정체에 대한 추측이 만연했습니다. 응팔은 과거가 메인 스토리로 전개 되지만 21세기 현재, 기성세대가 된 덕선이와 그 남편이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중간중간 삽입되는 구조로 전개됩니다. 그리고 학창시절 풋풋한 여고생 덕선이의 사랑에 대한 감정 역시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면서, 시청자들은 과연 덕선이의 남편이 누구일지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작품을 감상했습니다. 초중반 부터 정환이와 택이의 덕선이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는 구조를 택하여 두 사람 각각의 캐릭터성과 표현 방식, 관계성을 중심으로 그 궁금증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 서사는 그저 여느 고등학생들의 서툰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각종 비극, 슬픔, 설렘의 감정을 매우 깊게 파고드는 여운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 서사

이런 멜로적인 서사보다도 전작들과는 가장 차별적인 “응팔”만의 요소는 바로 “가족 이야기에 대한 공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쌍문동에 사는 가구들은 각각 모두가 개성있고 다른 분위기의 가정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속에서 나타나는 가족간의 이야기들은 과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으로는 덕선이네가 보여준 “둘째의 설움”과 “부모의 무게”가 떠오릅니다. 서울대에 다니는 똑똑한 언니와 귀한 막내 노을이 사이에서 늘 양보하고 참아야했던 덕선이는 결국 반복되는 차별에 억눌린 눈물을 터뜨립니다. 그리고 이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엄청난 공감과 여운을 남겨놓았습니다. 그리고 이후 골목 정자에서 딸을 기다리다 덕선이에게 건네는 성동일의 대사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잖아..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께..”는 부모 세대로 하여금 위로와 자식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하고, 자식 세대에게는 언제나 강해보이던 부모님을 ‘그저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만드는 명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처럼 응팔은 아름답고도 아픈 평범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면서 시청자들 모두가 공감하고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족서사가 응팔의 메인 테마와 분위기를 이끄는 핵심 요소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때, 그 시절, 우리의 쌍문동

이렇게 다양한 측면에서 완벽한 완성도를 뽐내며 화려하게 마무리한 <응답하라 1988>은 방영 10주년을 맞이한 지금까지도 각종 OTT 인기 순위를 넘나들며 대중들의 그리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결국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모두에게 ‘추억’ 그 자체로 남은 작품이 되었습니다. 기성세대에게는 1980-90년대의 어리고 서툴었던 청춘의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부모님과 함께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울고, 웃고, 떠들던 2015년 겨울이라는 시대에 대한 추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1인가구가 늘어나고, 타인과의 대화는 단절된 21세기의 삭막한 사회 속에서, 어쩌면 이제 응팔 속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그 자체로 이상향이자,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방식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응답하라 1988>에는 우리 부모님, 친구들, 그리고 나 자신의 청춘이 담겨있습니다. 바쁜 사회 속에서 잠시나마 잊고있던 가족과 사랑 등과 같은 본질적이고 찬란한 무언가를 되찾아보기 위해 응팔을 통해 지금 생각나는 그 시절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른은 그저 견디고 있을 뿐이다.

어른으로서의 일들로 바빴을 뿐이고

나이의 무게감에 강한척으로 버텨냈을 뿐이다.

어른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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