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두아를 보기 전, 2022년 6월 쿠팡플레이에 단독 공개된 드라마 안나와 무엇이 다를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예고편을 보면 한 인물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그 사람으로 살아가는 듯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궁금해졌다. 만약 ‘안나’와 비슷하다면, 이 드라마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그런 호기심으로 보게 되었고, 예상과 달리 사람을 끌어당기는 흡인력이 상당했다.
일반적인 범죄추적극은 사건을 파헤치며 인물을 알아가고, 인물이 얽힌 사건을 확장하는 구조를 가진다.
그런데 레이디 두아는 1, 2부에서 이미 ‘사라킴’을 범인으로 지명하며 스토리의 전반을 이끌어가는 듯한 구성을 택한다. 그래서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사라킴이라는 인물을 끝까지 숨길 수도 있었지만, 이 드라마는 오히려 시청자가 ‘사라킴’이라는 인물 자체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사라킴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이후 무너지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왜 사라킴이 되었을까”라는 질문 하나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든다.
또한 ‘안나’의 유미처럼 자신의 욕망에서 출발한 동기가 아니라, 세상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는 뉘앙스를 주는 스토리는
시청자들은 그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하면서도, 사라킴이라는 인물을 어느 순간 응원하게 된다.
만약 이 이야기가 단순히 개인의 욕망에서 출발한 사기극으로 전개되었다면, 중도 이탈하는 시청자들이 더 많았을 것이라 보인다.
목가희의 허위 경력과 그로 인한 사건들을 통해, 지금의 사라킴의 본명이 사라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목가희 이전의 이야기를 그리지 않았다는 점은, 그 과거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느껴졌다.
중요한 것은 ‘목가희로 잘 살아보려 했던 사라킴’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었는가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배경에는 분명한 압박이 존재했다.
“사라킴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목가희는 어느 때와 같이 마감조를 맡아 일을 했고, 화장실조차 편히 가지 못하는 환경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5천만 원 상당의 브랜드 상품이 도난당한다.
그 책임은 백화점의 방침에 따라 해당 시간대를 관리했던 직원 개인에게 돌아간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고, 엘리베이터조차 편히 타지 못하는 환경에서 목가희가 계속 일을 했던 이유는
결국 ‘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5천만 원이라는 큰돈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하지만 자신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끝난다는 걸 알았기에, 어쩔 수 없이 고금리 사채를 선택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 빚을 갚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했고, 그러면 안 되지만 한 번의 사기 행각이 큰돈이 되는 것을 경험한 이후
‘딱 5천만 원만 벌고 그만하자’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돈의 맛을 본 목가희는 결국 멈추지 못한다.
여기서 한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개인의 선택인가, 시스템의 문제인가”
목가희를 이렇게 만든 것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백화점이라는 시스템이 아닐까.
물론 직원에게 거액을 책임지게 하는 설정은 다소 과장되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목가희라는 인물을 안타깝게 바라보게 만들기 위해서는 필요한 설정이었을 것이라 느껴졌다.
주인공의 선택을 이해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한 감정적 설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갖고 싶었던 가방을 훔쳐 그 큰돈을 써버리고, 결국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 역시
점점 불어나는 빚 속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결과로 이해되었다.
그리고 목가희로 죽은 뒤, 다시 저수지를 헤치고 올라온 이유는
자신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백화점에 대한 복수였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부두아’는 결국 사라킴이라는 존재 그 자체였던 것이 아닐까.
세상에서 유일하게 지키고 싶었던 자신의 브랜드, 부두아.
그렇게 나는 사라킴이라는 인물 하나로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되었다.
“사라킴에 집중된 이야기의 한계”
다만,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힘이 한 인물에게만 집중된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바로 사라킴을 추적하는 경찰 ‘무경’이다.
추적극의 긴장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경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이 드라마에서 그는 하나의 기능적인 인물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 작품을 범죄추적극이라기보다, 사라킴이라는 인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는 인물극으로 보았다.
그렇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구조적인 불균형도 느껴졌다.
이야기의 중심이 사라킴에게 집중되면서, 무경이라는 인물의 동기와 감정선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그가 왜 이 사건에 집착하는지, 왜 반드시 해결하려 했는지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만약 그 동기가 단순히 ‘승진’이었다면, 시청자는 무경보다 사라킴에게 더 감정이 기울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드라마는 사라킴의 서사는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려냈지만,
무경의 서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졌다.
만약 무경이 처음에는 승진을 위해 움직였지만, 이후 팀원들과의 관계 속에서 변화하는 인물이었다면
그 과정 역시 함께 보여주었어야 했다.
그러나 팀원들과의 관계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이야기의 중심이 끝까지 사라킴에게 머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얘기하고자 했던 흥미로운 지점은, ‘명품’이라는 소재를 통해 보여주는 인간의 태도다.
사라킴이 만들어낸 것들이 가짜였음이 밝혀진 이후에도, 그것을 소비했던 VIP들은 끝내 입을 열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범죄를 덮는 선택이 아니라, 자신이 소비해온 가치가 무너지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보인다.
결국 이 드라마는 ‘진짜냐 가짜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비싸고 가치 있다고 믿는 순간 사람들은 기꺼이 그것을 소비하고,
심지어 진실을 외면하기까지 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사라킴이라는 인물은 단순한 사기꾼이 아니라,
그러한 욕망 위에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존재로 읽히기도 한다.
이것이 의도된 선택이었다면, 차라리 로그라인 역시 사라킴 중심의 이야기로 설정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강한 흡인력과 빠른 전개, 그리고 설득력 있는 감정선 때문이다.
몇몇 아쉬운 지점이 존재하지만, 사라킴이라는 인물을 통해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 작품, 레이디 두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