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드라마 중 ‘용두용미’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있다. 바로 ‘언더커버 미쓰홍’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흔들림 없이 완성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1997년 IMF 시기를 배경으로, 베테랑 금융감독관이 한민증권의 막내 사원으로 위장취업해 언더커버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다. 재벌과 권력, 그리고 IMF라는 차가운 현실을 다루고 있음에도, 시청자들은 그 안에서 묘하게 공존하는 감정을 느낀다. 시원한 ‘사이다’와 동시에, 담요처럼 포근한 ‘따뜻함’이다. 그렇다면 비슷하게 IMF 시기를 다룬 작품이 많은 지금, <언더커버 미쓰홍>은 무엇으로 차별점을 만들어냈을까.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 그리고 빛나는 여성 서사
극의 중심에는 화려한 재벌이 아니라, ‘평사원’들이 있다. 특히 여성 직원 전용 기숙사 301호는 이 드라마의 또다른 중심축이다. 복희, 금보(장미), 노라(은주), 미숙, 범. 각자의 사정을 안고 살아가는 다섯 명의 여성은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하다. 회사 안에서는 권력과 돈의 논리가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지만, 301호에서는 서로를 버티게 하는 일상의 힘이 존재한다. 이들이 특별한 이유는 ‘주체성’에 있다. 힘든 상황 속에서고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버텨낸다.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모습이기에, 오히려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드라마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종영했다는 점 역시 상징적이다. 마지막 화에서 ‘미쓰 김’, ‘미쓰 리’로 불리던 여성 사원들이 각자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하는 장면은,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다. 기획의도에 담긴 문장처럼, 이 드라마는 결국 공감과 희망, 그리고 연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IMF 시대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
언더커버 미쓰홍이 인상적인 이유 중 하나는 IMF 시기를 다루는 방식에 있다. 그동안 IMF를 다루는 작품들은 대체로 경제 권력이나 기업 중심의 이야기에 집중해왔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의 시선에서 IMF를 조명하였다면, <미생>은 그 이후를 살아가는 직장인의 현실을 보여준다. 반면, <언더커버 미쓰홍>은 그 사이에서 ‘사람’에 더 집중한다.
거대한 사건은 배경으로 존재하지만, 시선은 언제나 사람에게 향한다. 특히 평사원들의 일상과 감정, 그리고 관계를 세밀하게 그려내며 IMF라는 시대를 단순한 위기가 아닌 ‘버텨내야했던 시간’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시청자로 하여금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그 시절을 겪은 사람은 물론,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도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불가능에 맞서는 방식, 집단지성
회사원 몇 명이 거대한 권력 구조를 흔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보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가깝다. 그러나 언더커버 미쓰홍은 그 불가능에 도전한다. 주인공 홍금보는 혼자가 아니다. 사람을 모으고, 관계를 만들고, 각자의 능력을 엮어 하나의 팀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팀은 개인으로서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거대한 변화를 만드는 것은 특별한 한 사람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해내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 이야기
언더커버 미쓰홍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권력을 무너뜨리는 통쾌함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 과정 속에서 서로를 지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보여준다.
결국 이 작품이 말하는 것은 단순하다. 한 사람으로는 어렵지만, 함께라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 가능성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 그래서 이 드라마는 더 시원했고, 동시에 더 따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