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선율 위에 얹은 R&B, 빅스(VIXX)의 ‘도원경’

 

빅스(VIXX)의 ‘도원경’ 뮤직비디오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세련되게 재해석했다. 요즘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를 보면 대개 화려한 CG를 앞세우고, 한국적 요소는 살짝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도원경’은 전통적인 요소를 아예 콘셉트의 중심에 넣었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영상이다. 2017년 곡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 정도로 독보적인 동양 미학을 선보인 그룹은 찾아보기 힘들며, 멤버 전원이 한국인이라는 점이 콘셉트를 더 깊이 있게 소화해 낸 느낌이다.

 

 

여백의 미로 완성한 지상 낙원 뮤직비디오의 연출 방식을 보면 텅 빈 여백 속에 사물 하나를 화면 가장자리에 두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소나무, 바위, 달, 공작새 등등을 배치해 인물에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이는 노래 제목인 ‘도원경’을 나타내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도원경은 ‘복숭아(桃) 도원(源) 경지(境)’로, 현실과는 다른 이상향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지상 낙원을 뜻한다. 제목의 글자 그대로 영상 속 은빛 복숭아와 활짝 핀 꽃들은 뮤직비디오 속 장소가 비현실적인 낙원임을 암시한다. 여기에 해, 달, 소나무 등 변하지 않는 십장생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고, 바닥에 찰랑이는 물과 멤버들이 부채를 들고 춤을 추는 모습이 신비로움을 극대화한다. 화려한 세트장 없이도 공간이 전혀 허전해 보이지 않는 것은 한국 전통 예술의 핵심인 여백의 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빛과 그림자, 그리고 현대적 감각의 조화

빛과 그림자의 대비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강렬한 붉은 조명과 대비되는 짙은 그림자는 멤버들의 선을 강조하며 안무를 더욱 몽환적으로 만든다. 특히 해와 달이 겹치는 일식 현상을 시각화한 장면은 동양 철학의 음과 양이 맞물리는 지점을 세련되게 표현했다. 의상 역시 퓨전 한복과 전통 부채를 활용해 춤선을 살리면서 전통적인 멋 또한 놓치지 않았다. 특히 부채춤을 중심 안무로 내세워 의상과 함께 전통적인 콘셉트를 더 깊게 보여준다. 한복에 하이톱 신발을 매치하면서도 색감을 통일해 의상과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 연출한 점도 인상적이다.

 

 

 

한국어 가사와 가야금 선율이 주는 깊이

음악적으로는 가야금 선율과 현대적인 R&B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고전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다시 해석했다. 전통을 다뤘지만 낡은 느낌이 들지 않고, 현대적인 요소가 추가되었으나 과도한 퓨전의 어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가장 한국적인 요소를 활용해 9년이 지난 지금도 촌스럽지 않은 영상이다. 영어 가사가 대부분인 요즘 노래들과 달리 모든 가사를 한국어로 채웠고, 그 내용 또한 “흐드러져 피는 꽃 바람마저 달콤한 이곳은 꿈”, “너와 함께 있다면 어디든 마음이 나풀대며 불어올 그림 속”과 같이 한 편의 시처럼 서정적이라는 점에서 음악적으로도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출처 : 빅스 (VIXX) – 도원경(桃源境) (Shangri-La) Official M/V

뮤직비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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