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로의 곡 〈0+0〉, 불완전함과 불완전함이 만날 때

안녕하세요. 이번에 제가 소개해 드릴 콘텐츠는 하나의 곡이자 동시에 하나의 문학 작품이라 할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인데요.

바로 ‘자몽살구클럽’이라는 앨범의 수록곡인 <0+0> 입니다.

 

 

귀로 읽는 문학, 눈으로 듣는 음악

곡이자 문학이라는 말이 조금 생경하게 들리시나요?

싱어송라이터 ‘한로로’의 앨범 <자몽살구클럽>은 동명의 소설과 함께 탄생했습니다.

즉, 한로로는 노래하는 화자인 동시에, 이야기를 써 내려간 작가이기도 합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노래를 들으면서 읽습니다.

선율이 주는 극적인 연출과 여린 부분을 건드리는 소리들은

문학을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적으로도 읽게 만들어 주기 때문인데요.

이 곡과 작품은 작가가 직접 상상하고 써 내려간 문장들이 선율과 만난 순간이기에

더욱이 음악은 책의 입체감을 더하고 책은 노래의 깊이를 북돋아 주는 것 같습니다.

 

 

자몽살구클럽 소설의 40p 내용이자 앨범의 소개 글을 같이 살펴볼까요?

 

“죽음.’ 자몽살구클럽을 관통하는 단어이자 우리들의 모순적인 소원.

나는 알고 있다. 죽고 싶지만 실은 죽고 싶지 않은 서로의 진심을 알아줄 사람은 서로밖에 없음을.

내게 손을 건넨 언니들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오늘이 우리에게는 연명을 좌지우지하는 시한폭탄 같다는 것을

나는, 언니들은, 우리는 알고 있다.

얼마큼의 용기가, 연대가, 희망이, 사랑이, 내일이, 우리에게 간절한지.

이 자몽살구클럽만은 알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삶에 지치고 상처 입어 살아갈 의지가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이 소설은 위 소개처럼 살아가고 싶지 않은 네 명의 아이들이 비밀 동아리인 ‘자몽살구클럽’과

사실은 바꿀 수 없는 세상의 폭력에 지쳤던 우리였고, 누구보다 이 세상을 행복 속에 살아가고 싶다는 진심을 알아주길 바랐기에

이 동아리에서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즉,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살아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국적을 불문한 공감의 언어, ‘공감과 연대’

이번 제게 주어진 미션인 ‘외국인과 공유하고 싶은 콘텐츠’를 고민하며,

저는 인종과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에 집중했습니다.

사회가 정한 잣대 앞에 상처 입으면서도 꿋꿋이 버텨내는 우리들의 모습이죠.

펭귄들이 매서운 눈보라를 견디기 위해 서로의 몸을 부대끼는 것처럼, 고통 속에서 서로를 지탱하는 마음은 인간 공통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가사와 해석

 

검은 눈동자의 사각지대를 찾으러 가자

여름 코코아, 겨울 수박도

혼나지 않는 파라다이스

 

한국의 학생들은 한국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을 맞추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노력하게 됩니다.

학교 수업이며 대외활동이며 봉사, 학원, 숙제 등 사회가 정해놓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아이들 삶을 바치게 되죠.

그렇게 온 대학에서 사회는 다시 묻습니다.

“네가 원하는 진로를 빨리 찾고 빨리 정해야 한다.”

혹은

“돈이 되는 직업을 선택해라”

자기를 돌아볼 시간을 주지 않은 채 다시 새로운 사회의 기준, 선으로 우리를 자르고 모양 내려 합니다.

다양성에 대해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의 삶 계획표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아이들을 평가하고,

그 아이들의 ‘제자리’는 지금 있는 그곳임에도 본인들이 정해놓은 어떤 ‘제자리’로 안내하려 하는 것이죠.

이것이 검은 눈동자이며, 이러한 사회의 폭력과 상처를 피할 수 있는 만들어진 기준이 사라진 곳을 같이 찾으러 가자고 말합니다.

겨울에는 코코아이고, 여름에 수박이지만

여름 코코아와 겨울 수박은 이런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난 우리만의 삶의 방식을 의미합니다.

또한 이러한 여름 코코아와 겨울 수박을 ‘왕창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닌,

그저 ‘혼나지 않는 정도’의 세상을 파라다이스라고 표현하며

우리가 원하는 행복이 거창한 것이 아님에도 이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은 세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가사입니다.

 

앞서가는 너의 머리가

두 볼을 간지럽힐 때

나의 내일이 뛰어오네

 

진심을 공유하는 소중한 이와 나란히 걸을 때

바람이 불어 그녀의 머리칼이 내 볼을 간지럽힙니다.

이 조그만 순간에도 나는 행복을 느끼게 되고

저절로 나의 내일이 기대되고, 희망하게 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난 널 버리지 않아

너도 같은 생각이지?

 

‘나는 너를 버리지 않으니 너도 날 버리지 마’와 같이 어떤 조건부적인 관계로 들리기 쉬운 구절인데요.

그러나 이 가사에는 어떠한 계산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즉, 나는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 너도 너를 버리지 않을 거지?라는 간절한 바람으로써.

서로가 서로의 쉼터가 되어주는 무조건적 연대를 의미하게 됩니다.

 

저 너머의 우리는 결코 우리가 될 수 없단다

 

죽음 이후의 세계가 존재할지 모르나, 지금 우리가 나누는 이 온기와 추억은 오직 ‘살아있는 현재’에만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고통 속에서도 서로를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은 바로 지금뿐입니다.

이 구절은 죽음이 아닌, 함께 살아내 가자는 애틋한 요청으로 들립니다.

 

영생과 영면의 차이를 너는 알고 있니?

멍든 발목을 꺾으려 해도

망설임 없이 태어나는 꿈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삶의 고통으로 의지를 잃었을 때, 우리는 영원한 잠(영면)을 꿈꾸기도 합니다.

세상에 부딪혀 생긴 멍 때문에 걷는 것조차 고통스러운데, 사회는 다시금 그 상처 난 발목을 꺾으려 들기 때문이죠.

하지만 서로의 존재가 삶의 이유가 되어주는 순간, 영면의 마음은 사라지고 살아갈 의지인 ‘영생’이 피어납니다.

그렇게 우리는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난 널 버리지 않아

너도 같은 생각이지?

저 너머의 우리는 결코 우리가 될 수 없단다

아, 난 널 버리지 않아

너도 같은 생각이지?

난 우리를 영영 잃지 않아

너도 영영 그럴 거지?

 

이때까지 알게 된 따듯함과 치유는

영영 안 끝날 고통의 ‘영영’이

삶의 끝까지 ‘영영’ 살아감이라는 서로의 포옹으로 마무리되며 노래는 끝이 납니다.

 

 


 

노래 제목 0+0 은 어찌 보면 불완전한 나와 불완전한 너의 만남을 의미합니다.

‘완전함’이란 더 이상의 상호작용이 필요 없는 닫힌 상태를 의미하지만,

‘불완전함’은 나를 열어둠으로써 타인과 세계에 다시 연결되게 합니다.

불완전한 0과 0이 만나 서로를 포옹할 때, 영원할 것 같던 고통의 ‘영영’은 삶을 끝까지 살아내겠다는 희망의 ‘영영’으로 치환됩니다.

즉, 우리가 불완전하기에 0+0 = 이 수식은 비로소 무한한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여름 코코아와 겨울 수박’을 즐겨도 괜찮습니다.

그곳이 바로 우리만의 파라다이스일 테니까요.

 

지금까지 미뮤엔토 1기 에디터 허시원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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