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선의의 경쟁을 보게 된 건 유튜브 숏츠 때문이었다.
짧은 영상 속 이혜리의 연기를 보고 자연스럽게 이 드라마가 궁금해졌다.
주변에서도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티비에서 예고가 나올 때마다 한 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당시에는 지니TV를 구독하지 않아 쉽게 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 유플러스 고객이라 시청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보기 시작한 뒤 정말 이틀 만에 끝까지 정주행했다.
그 정도로 몰입감이 강한 드라마였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들었다.
왜 이 작품은 처음부터 더 많은 플랫폼에 공개되지 않았을까.
이 정도의 화제성과 완성도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봤어야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티빙 공개 소식을 들었을 때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이유도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이틀 만에 끝까지 보게 된 드라마 <선의의 경쟁>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선의의 경쟁>은 대한민국 상위 1% 학생들이 모인 채화여고를 배경으로 한다.
전학 온 우슬기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욕망과 경쟁, 그리고 수능 출제위원이었던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담아낸 미스터리 학원 스릴러다.
우슬기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서 자란 인물이다.
그녀에게 공부는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다.
공부를 잘해야 무시당하지 않았고, 그래야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사교육 하나 없이 상위권을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고, 결국 슬기는 잠을 줄이기 위해 약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찾고 있던 아버지의 소식을 듣게 되지만 슬기는 아버지를 만나보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유품 속에서 의미심장한 휴대폰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후 슬기는 상위 1% 학생들이 모인 채화여고로 전학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모두의 중심에 서 있는 유제이를 만나게 된다.
유제이는 완벽한 우등생이다.
좋은 성적, 뛰어난 외모, 모두의 관심까지 가진 인물이다.
누가 봐도 부족한 것 하나 없어 보이는 학생이다.
그런 재이는 슬기에게 유독 관심을 보인다.
처음에는 경계하던 슬기도 점점 재이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하지만 그 관계 속에는 단순한 우정만이 아닌, 서로의 욕망과 비밀이 얽혀 있었다.
처음 이 드라마가 공개됐을 당시에는 특정 장면만 크게 화제가 되면서 자극적인 작품이라는 인식도 많았다.
나 역시 보기 전에는 단순히 자극적인 설정만 앞세운 드라마가 아닐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끝까지 보고 난 뒤 가장 크게 남은 건 자극이 아니라 불안감이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자극적인 학원물이 아니라, 지금의 입시 사회가 가진 압박과 불안을 굉장히 날카롭게 보여주는 작품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설정만 보면 굉장히 극단적이다.
학생들은 잠을 자지 않기 위해 약을 먹고, 성적을 위해 몸까지 망가뜨린다.
친구를 친구가 아닌 경쟁자로 바라보고, 부모는 자녀를 자신의 성공을 증명할 결과물처럼 대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 이야기가 완전한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사회풍자에 가까웠다.
나 역시 학원과 과외, 사교육 속에서 입시를 경험했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크게 들었던 감정은 긴장감보다 걱정이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걸까.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자신의 몸과 감정, 인간관계까지 포기해야 하는 걸까.
물론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마음 역시 충분히 이해한다.
나 역시 학생 시절에는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행복했고, 우등생이라는 말을 듣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결국 나는 고3이 되기 전 지쳐버렸다.
공부가 싫어진 것이 아니라, 끝없는 경쟁 자체에 지쳐갔다.
그래서 고3 시절에는 일부러라도 쉬려고 노력했다.
당일치기로 여행도 다녀오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잠깐이라도 공부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정말 공부만 하며 버티는 학생들이 많았다.
쉬는 것조차 불안해하고, 잠깐 노는 시간에도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좋은 대학에 가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너무 오래 들어왔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왜 공부를 하는지도 잊어버린 채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드라마가 단순한 학원 스릴러라기보다, 경쟁 속에서 점점 무너져가는 청소년들을 향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특히 유제이라는 인물은 그 현실의 끝에 가까운 캐릭터였다.
아버지가 원하는 완벽한 딸이 되기 위해 살아왔지만, 사실 그녀가 원했던 건 성공이 아니라 복수였다.
가장 완벽한 순간에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슬기의 아버지 역시 재이의 아버지와 연결되어 있었다.
수능 출제위원이었던 슬기의 아버지는 시험지 유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결국 그 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다.
슬기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그 과정 속에서 재이와 더욱 깊게 얽히게 된다.
나는 그 모든 과정이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라, 결과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처럼 느껴졌다.
결국 이 드라마는 단순히 “누가 더 공부를 잘하는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왜 아이들이 서로를 경쟁자로만 바라보게 되었는지,
왜 실패하면 안 된다는 압박 속에서 스스로를 망가뜨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런 현실을 만든 어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 작품이다.
“중간고사 때 너한테 줬던 약, 비타민이었어.”
유제이의 이 대사는 단순한 반전 이상의 의미로 남는다.
결국 슬기가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를 경쟁자가 아닌 친구로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드라마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도 그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누군가를 이겨야만 살아남는 경쟁이 아니라, 함께 버틸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선의의 경쟁>은 단순한 자극적인 학원물이 아니라, 아이들을 끝없는 경쟁 속에 몰아넣는 한국 사회를 향한 하나의 사회풍자처럼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