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도 믿을 수 없다 | 왓쳐

반전 있는 콘텐츠는 보통 수사물 콘텐츠를 떠올리게 된다. 수사물에서의 반전은 마지막에 범인이 드러나는 과정에서의 결말 부분이다. 하지만 누가 범인인지가 반전이 아닌 작품도 있다.
사건보다 사람을 의심하게 만들고, 믿음이 무너지는 과정이 더 무섭게 연출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 <WATCHER>가 그렇다.

처음에는 단순한 범죄스릴러 장르 드라마처럼 보였으나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시청자는 사건보다 사람을 의심하게 되고, 누구 하나 쉽게 믿을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 드라마의 반전은 범인의 정체보다 ‘신뢰가 무너지는 과정’ 자체에 있다.

모두가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

왓쳐의 가장 큰 특징은 등장인물 누구도 완전한 객관적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모든 인물이 사건과 개인사가 같이 얽혀 있다.

서강준이 연기한 김영군은 단순히 정의감 넘치는 경찰이 아니다. 그는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살해되었다는 의문스러운 사건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교통경찰로 근무하면서도 사건에 집요하게 뛰어드는 이유 역시 그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실을 찾으려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 의심과 불신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한석규가 연기한 도치광 역시 마찬가지다. 비리경찰이라는 오해를 받으며 살아가는 그는 끊임없이 사람들의 의심 속에 놓여 있다. 직속부하까지 의심하는 상황에 이르른다.
무엇이 진실인지보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가 더 어려운 상황이 반복된다.

이 드라마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인물들의 상처와 과거를 함께 드러낸다. 그래서 시청자 또한 어느 순간부터 사건보다 사람 자체를 의심하게 된다. 실제로 드라마를 볼 때 회차가 바뀔 때마다 의심하는 캐릭터가 달라졌었다.

악의는 오래 남는다

왓쳐는 굉장히 무서운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핵심 사건인 15년 전 사건이 집 화장실에 피 흥건한 장면으로 묘사되어 그런 것도 있지만, 연쇄살인마는 꼭 피해자의 엄지를 자른다. 그리고 엄지가 잘리기 전 물어보는 질문은 “인간다움은 무엇인가?”이다. 굉장히 소름 끼치는 장면들이다.
이 피해를 주인공 중 한 명인 한태주 검사도 당했다. 한태주 검사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지만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그 트라우마로 인해 변호사로 이직도 했다.

왓쳐는 악이 단순히 한 번의 범죄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굉장히 집요하게 보여준다.
사람은 상처를 입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과 공포를 계속 안고 살아가는 점을 말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공포는 단순한 피나 살인장면보다 인간이 인간에게 남기는 흔적, 그리고 의심이 남긴 균열에서 더 커진다.

믿음이 깨지기 시작하는 순간

드라마에서 중요시 여기는 가치는 협동에서의 신뢰였다. 경찰 조직, 감찰 조직도 결국 사람 사이의 믿음으로 움직이는데 누군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관계가 바로 무너진다.
왓쳐 속 인물들은 서로 협력하면서 동시에 서로를 감시한다.
이때 왓쳐의 기획의도이자 명대사인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가 나온다.

살인사건의 무서움보다 믿고 의지하던 사람이 의심의 대상이 되는 순간, 점차 사람들에게까지 퍼져서 조직 전체를 흔들고 관계가 무너지며 모두를 고립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반전은 결말보다 시선에 있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범인이 누구인가”를 숨기는 것보다 시청자들이 누구를 믿고 있는지를 계속 흔든다. 절대 한 사람을 계속해서 믿게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선해보였던 사람이 의심스러워지고, 악인처럼 보였던 사람이 또다른 진실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판단을 수정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 드라마의 진짜 반전은 사건의 결말보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바뀌는 데 있었다.

끝까지 남는 것은 불신의 감정이다.

왓쳐는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그 이유는 단순히 자극적이어서가 아니다. 이 드라마는 복수의 무서움, 악이 남기는 흔적, 그리고 믿음이 깨졌을 때 생기는 후폭풍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단순히 범인의 얼굴보다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게 되는 감정이 오래 남는다. 어떠면 이 작품의 가장 큰 반전은 사건이 아니라 인간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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