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드라마 [자백의 대가]

범죄·스릴러 드라마에서 범인을 찾는 과정은 극의 전개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장치 중 하나이다. 처음부터 범인을 완전히 드러내고 시작하는 범죄극이 있는 반면, 범인을 꽁꽁 숨겨놓아 마지막에 비로소 그 진범이 드러나는 범죄극도 있다. 2025년 12월, 베일을 벗은 NETFLIX 오리지널 드라마 <자백의 대가>는 후자의 전개를 택했다. 다만 <자백의 대가>의 두드러지는 특징이라고 한다면, 단순히 진범을 숨겨놓았을 뿐 아니라 주인공을 포함한 특정 인물을 진범처럼 묘사하기까지 하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굉장한 혼란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자백의 대가>는 결코 수동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면 되는 드라마가 아니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정보들에 두 눈을 크게 뜨고 거짓과 진실을 구분해야 한다. 이 얽히고설킨 범죄 그 끝에 숨겨진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그 누군가를 한 치의 오차 없이 범인으로 특정할 수 있는 것일까. 드라마 <자백의 대가>는 ‘범인 찾기’의 반전을 통해 어떻게 진실이 거짓에 의해 왜곡되고 또 둔갑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실을 가리는 선입견 – 첫 번째 용의자, 윤수

안윤수(전도연)의 남편인 이기대(이하율)가 살해당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윤수는 작업실에서 남편이 죽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최초 목격자이다. 그런 윤수는 처음에는 목격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에 응한다. 그러나, 그녀가 피해자의 아내답지 않는 행동을 보인다는 점에서 경찰은 윤수를 용의자로 특정한다. 윤수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슬픔을 별로 내비치지 않는다. 오히려 계속 웃는다. 그런 그녀를 보고 경찰은 이 상황에서 웃는 건 정상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심지어는 그녀가 입은 옷까지 특이하다며 지적한다. 그렇다면 여기서의 ‘피해자의 아내답지 않은 행동’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 피해자 아내가 취해야 할 혹은 취하지 말아야 할 특정 행동이나 덕목 같은 게 있는 것일까. 윤수는 취조실에서 이런 사건은 가족을 먼저 조사한다는 경찰에 말에 ‘CSI에서 봤다’라고 답한다. 또 기대가 살해된 그날, 경찰이 왔을 때 윤수는 계단 아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취조가 길어지자 윤수는 취조실 유리를 두드리며 딸이 기다려서 집에 가야 한다고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행동들을 반추해보며 자신만의 가설을 세운 검사 백동훈(박해수)은 윤수를 범인으로 추정한다. 윤수가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듣지 않는다. 자신의 범죄 시나리오에 완벽히 심취해 그녀를 정말 범인인 양 몰아세운다. 이는 윤수가 당연히 범인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들 또한 윤수를 의심하게 만든다. 그녀의 특이한 행색과 성격 등을 빌미로 윤수를 범죄자의 틀에 끼워 넣으며 어느새 ‘피해자 아내처럼 보이지 않았다.’라는 근거를 생성하게 한다. 윤수의 진실에 대한 외침은 어느새 견고해진 선입견을 덮지 못한다. 아무리 억울한 그녀가 ‘왜 내 말은 듣지 않느냐’라고 호소해 봤자, 이미 판단의 오류를 범한 자는 그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빠져나올 의지조차 없다는 것이다. 결국 드라마 <자백의 대가>에서는 무고한 유가족에 불과했던 윤수를 용의선상에 집어넣으며 선입견이 어떻게 진실까지 묵살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그린다.

 

또 다른 범인 후보, 모은

드라마 <자백의 대가>에서는 또 다른 범인 후보를 보여준다. 바로, 희대의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는 ‘모은(김고은)’. 그녀는 치과의사 부부를 아주 잔인하게 죽인 범죄자이다. 그런 그녀는 감옥에서 억울하게 갇힌 윤수에게 몰래 자신이 죄를 대신 자백할 테니, 어떠한 일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이 범인이라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윤수는 그 오명을 벗기 위해 결국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여기서의 모은은 짧게 자른 머리, 텅 빈 눈동자를 가지고 있으며 거만하다고 할 수 있는 태도를 보인다. 그녀가 벌인 범죄 행각은 드라마 앞부분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모은’이 기대를 죽인 진범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드라마의 연출마저도 ‘모은’의 피도 눈물도 없는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부각하며 마치 그녀 자신이 기대를 죽였지만 순전한 자신의 재미를 위해, 혹은 카타르시스를 위해 ‘윤수’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듯이 묘사한다. 하지만, ‘모은’은 기대 살인사건의 진범이 아니다. 그녀가 윤수를 이용하려는 의도는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죽인 사람의 아내라서가 아니었다. 모은은 자신의 사적 복수를 대신 감행해 줄 사람을 찾았고 그게 하필이면 윤수였을 뿐이다. 결국 드라마에선 ‘기대 살인사건’을 두고 또 한 명의 무관한 인물인 ‘모은’을 의심하게 만들며 또 다른 반전이 있음을, 아직 풀어야 할 진실이 남아있음을 암시한다.

모은은 <자백의 대가>라는 스토리의 큰 틀에서의 반전 요소로도 기능하지만, ‘모은’이라는 인물 자체의 반전 요소로도 기능한다. 사실 그녀는 ‘모은’이 아니었다. 그녀는 원래 ‘강소해’라는 이름을 가진 의사였지만, 그녀의 동생이 성폭행을 당해 세상을 떠난 후 다른 사람의 신분을 빌려 ‘모은’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사이코패스인 줄 알았던 그녀는 사실 사람을 살리는 ‘의사’였고, 동생의 비극적인 선택으로 인해 삶의 의지를 잃고 오직 복수만을 위해 살아가며 ‘소해’라는 인물을 자신에게서 지운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반전을 선사하며 강한 임팩트를 남긴다. 또한 드라마의 극후반부에서 모은은 윤수가 칼에 찔릴 위험에 처하자, 그 칼을 대신 맞는다. 이는 모은 자신이 윤수로 하여금 살인이라는 일을 시킨 것을 어느 정도 책임지려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드라마의 초반부에서는 완전한 사이코패스로 보였던 모은이 무고한 이를 상대로 벌인 일을 ‘책임’지기 위해 결국 죽음을 택한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모은의 비상식적인 태도는 비극적인 환경으로부터 야기된 절망이 가시적으로 드러났을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진범은 누구인가

드라마 <자백의 대가>의 진범은 11화에 공개된다. 이기대 살인사건의 진범은 윤연수도, 모은도 아닌 최수연(정운선)으로 밝혀진다. 그녀는 모은의 변호를 자처했던 국선 변호사 진영인(최영준)의 아내이다. 진영인이 다른 변호사들도 마다했던 모은의 변호를 맡은 것은 혹시나 아내에 관련된 증거가 나오는지 그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즉, 범인은 윤연수, 모은과 아주 가까이에 있었지만 여러 맥거핀으로 인해 알아채지 못한 채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후반부에 가서야 그 정체를 마주하게 된다. 사실, 수연이 살인을 한 동기를 살펴보면 너무나 허무하다. 진영인이 대학에 기증한 작품을 두고 기대는 그 작품을 그린 작가가 자신의 제자의 그림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대학 이사장에게 이야기한다.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표절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영인은 기대에게 사과를 요구하지만 기대는 그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이에 화가 난 수연은 작업실에서 기대를 죽이게 된다. ‘누가 진범일까, 도대체 왜 그 진범은 기대를 죽였을까’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드라마의 끝까지 달려온 시청자들은 왠지 모를 허탈함을 느끼게 된다. 그동안 작품에서 조명했던 윤연수, 모은은 모두 이 살인 사건과 무관한 인물이었다. 희대의 사이코패스로 불리며 언론을 장악한 모은은 사실 그저 삶의 의지를 잃은 자였으며, 너무나도 사소한 이유에서 살인을 자행한 수연이 사실은 진정한 사이코패스였음이 드러나는 부분에서 우리는 비극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드라마 <자백의 대가>의 반전 요소들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걷잡을 수 없게 망가지게 된 개인의 삶 또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살인에 거창한 동기는 없다지만, 아주 사소한 일로 생긴 분노가 결국 씻을 수 없는 범죄로 표출되는 과정을 통해 씁쓸함과 공허함을 느끼게 한다. 결국, 드라마 <자백의 대가>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며 어떻게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엄청난 나비효과를 일으키는지에 대해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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