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가장 큰 감동이 될 때,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는 정말 배우고 싶을 만큼 좋은 드라마였다. 연출, 스토리, 구성 어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었고, 작품성과 화제성까지 모두 잡아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와 《나의 아저씨》를 연출한 김원석 PD가 함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공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막상 공개된 작품은 기대를 뛰어넘었다. 

 

폭싹 속았수다의 로그라인은 ‘당차고 야무진 소녀와 우직하고 헌신적인 소년, 제주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한 뼘씩 자라온 두 사람의 인생은 어디를 향할까. 넘어지고 좌절해도 다시 일어서며

세월을 뛰어넘어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로 작품을 보고 나면 단순한 사랑 이야기라기보다 애순의 삶을 따라가는 성장 서사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시청자들은 관식의 분량이 적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먼저 공개 방식에 주목했다. 넷플릭스는 작품을 한 번에 공개하지 않고 4회씩 나누어 공개했다.

OTT 플랫폼에서 중요한 것은 시청률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이용자가 작품에 몰입하고 플랫폼에 머무르느냐다.

제작비만 약 600억 원이 투입된 작품을 한 번에 공개하기보다 시청자들이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공개 이후 SNS와 숏폼 콘텐츠를 통해 입소문이 빠르게 퍼졌고, 작품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공개 전략 역시 폭싹 속았수다의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이 작품이 로맨스 드라마임에도 다양한 세대의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주변을 보면 로맨스 장르를 부담스러워하거나 로맨스 장면을 건너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폭싹 속았수다는 달랐다. 이 작품은 애순과 관식의 사랑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애순의 삶을 중심으로 가족, 이웃, 친구 그리고 다음 세대인 금명과 은명의 이야기까지 함께 담아낸다.

특히 해녀 이모들이 엄마처럼 애순을 돌보는 장면, 나민옥이 애순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장면, 금명의 누명을 벗겨주는 인물들의 모습은 사랑을 넘어 연대와 돌봄의 가치를 보여준다.

결국 이 작품의 로맨스는 삶의 서사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그래서 로맨스를 좋아하지 않는 시청자들조차 작품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동명이를 잃은 이후의 애순과 관식의 이야기였다. 이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이 눈물의 장면으로 꼽는 장면이기도 하다.

특히 동명이가 애순에게 마지막으로 “나 안아”라고 말하는 순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이 장면이 더 슬펐던 이유는 그동안 어떤 어려움도 버텨냈던 애순과 관식이 처음으로 무너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남아 있는 금명과 은명을 위해 다시 살아간다.

이후 각자 동명이의 무덤을 찾아가는 장면에서는 부모로서의 슬픔과 그리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임에도 마치 내가 애순과 관식이 된 것처럼 그 감정이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머니와 이모는 동명이 이야기에서 가장 많이 울었다고 말씀하셨다. 반면 나는 금명과 영범의 이별이 가장 마음 아팠다.

금명과 영범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결국 현실의 벽 앞에서 헤어진다. 단순히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가족과 환경이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왜 둘이 함께하지 못했을까 아쉬웠지만, 오히려 그 결말이 현실적이었기에 더 큰 여운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후 등장한 충섭은 금명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사랑은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인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금명과 충섭의 관계는 또 다른 방식의 사랑으로 다가왔다.

 

이 드라마가 특별했던 또 다른 이유는 악역으로 보일 수 있는 인물들의 서사까지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학씨 아저씨와 영범의 어머니는 분명 답답하고 밉게 느껴지는 인물이지만,

작품은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물론 그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누군가를 단순히 악인으로 소비하지 않고 이해하려는 시선이 있었기에 더욱 입체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애순의 이야기였고, 누군가에게는 금명의 이야기였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관식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이 드라마가 특별했던 이유는 세대와 경험을 넘어 누구나 자신의 삶을 투영할 수 있는 인물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애순이 되어 울고, 금명이 되어 사랑하고, 관식이 되어 누군가를 지키고 싶어 한다. 경험해보지 못한 삶조차 마치 내 이야기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

나는 그것이 폭싹 속았수다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 드라마는 사랑만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아니다. 가족과 우정, 연대와 성장, 그리고 삶을 버텨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폭싹 속았수다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오래 기억될 인생 드라마로 남는 이유다.

 

결국 《폭싹 속았수다》가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특별한 영웅의 이야기를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순과 관식, 금명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사랑하고, 상처받고, 다시 살아가는 과정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나는 누군가의 인생을 구경한 것이 아니라, 마치 내 삶의 한 시절을 돌아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점이 오랫동안 이 작품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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