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력과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로 높은 시청률을 맞이하며 최근 종영한 ‘은밀한 감사’
어떤 드라마였을까?
국내 굴지의 대기업 해무그룹 감사실에 비밀을 가진 신임 감사실장 주인아가 부임한다.


한편 감사실 에이스였던 노기준은 승진을 눈앞에 두고 갑자기 사내 풍기문란(PM) 사건을 담당하는 감사3팀으로 좌천된다.
처음에는 서로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두 사람은 사내 불륜, 비리, 각종 스캔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점차 가까워지고, 업무와 감정 사이에서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내용이다.
감사실을 주인공으로 한 신선한 오피스 드라마

‘은밀한 감사’의 가장 큰 매력은 감사실이라는 비교적 낯선 부서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단순한 오피스 로맨스가 아닌 사내 비리와 풍기문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또한 주인아(신혜선)와 노기준(공명)을 비롯한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 역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 부딪히고 협력하는 과정은 웃음과 긴장감을 동시에 만들어냈으며, 각 배우들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냈다.
후반부, 조금 아쉬웠다?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해무그룹 매각을 막기 위한 과정이 비교적 급하게 전개되면서 사건 해결의 설득력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다.
극적인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연출 의도는 이해되지만, 주요 인물들이 이전까지 보여준 능력에 비해 다소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박아정 캐릭터의 변화 역시 아쉬운 부분이었다.
초반에는 유능한 비서이자 전재열 부사장을 묵묵히 보좌하는 인물로 그려졌지만,
후반부에는 욕심과 질투에 휘둘리는 모습이 부각되면서 기존에 구축된 능력 있는 캐릭터성이 다소 희석된 느낌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어떤 일을 해결하고, 그 해결로 인해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지.
또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지고 변화하는지.
감사실이라는 새로운 소재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이루어지는 스토리를 보고싶다면
당장 은밀한 감사로.

기획의도
이 드라마는 철저하게 픽션이지만, 실제 한 대기업에서 ‘사내불륜’을 처리하는 일을 맡았던 회사원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되었다.
‘오피스 와이프’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80세가 될 때까지 평균적으로 친구 교제에 8800시간, 배우자와 같은 친밀한 파트너와 9500시간을 보내는데,
직장에서는 무려 그 10배가 넘는 11만 2000시간을 보낸다고 하니, 그 안에 낭만도 있고, 막장도 생기고 하는 건, 옳고 그름을 떠나 인지상정일지 모른다.
하지만 타인의 관계에 개입한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두 사람 사이의 진실은 어느 한쪽이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기 마련이어서, 객관적인 진상을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남의 깻잎을 떼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 사회에서, 여기까지는 괜찮고, 이 이상은 안 된다고, 복잡 미묘한 관계에 ‘선’을 긋는 일은 더없이 어려울 터.
그래도 그 과정을 다뤄보는 것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사(私)적인 감정들이 어떻게 공(公)적인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공(公)적인 일이 얼마나 사(私)적인 관계를 뒤흔드는지,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자신은 복잡하게 좋은 사람”인 우리들이, 너무 쉽게 남의 삶에 돌을 던지고 있는 건 아닌지,
자극적인 추문으로 소비되기 쉬운 이야기들을 다른 시선으로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할 것이므로.
‘진실’은 알 수 없어도 ‘진심’에 대해 고민하고,
‘사람’이 문제지만 ‘사랑’으로 극복해 나가는,
11만 2000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