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해 볼 작품은 〈스물다섯, 스물하나〉입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2022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김태리, 남주혁 배우님 등이 주연으로 활약한 작품입니다. 방영 내내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높은 시청률과 함께 큰 사랑을 받았지만, 종영 이후에는 결말에 대한 아쉬움과 논란으로 오랫동안 회자된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IMF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감각적인 연출과 두 배우의 빛나는 케미스트리로 극 전반의 완성도를 높였지만, 그 찬란함이 워낙 컸던 탓에 결말의 아쉬움도 그만큼 크게 남은 작품입니다.

그 시절 청춘들의 꿈과 사랑
1998년 IMF 외환위기. 펜싱 국가대표를 꿈꾸는 열여덟 살 나희도는 어른들의 사정으로 학교 펜싱부가 폐지되자, (강제)전학을 가기 위해 각종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필사적으로 노력합니다. 결국 양찬미 코치와 대한민국 펜싱 국가대표 고유림이 있는 태양고로 전학을 가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신문배달을 하던 스물두 살 백이진과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요. 이후로도 계속 얽히고 설키던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지게 되고 서로의 상처와 꿈을 나누며 두 사람은 점차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고, 그 감정은 점차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정리됩니다.
백이진·나희도 커플 못지않게 가슴을 울리는 또 다른 관계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 펜싱계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동갑내기 친구, 희도와 유림의 서사입니다. 원래 희도는 펜싱 스타 유림을 열렬히 동경하던 팬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림이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간 후, 기대와 달리 냉대와 무시를 당하며 두 사람은 앙숙 같은 라이벌이 되죠. 그러던 중 반전이 일어납니다. 희도가 매일 밤 랜선 채팅으로 비밀을 털어놓으며 위로받던 유일한 소울메이트가 바로 유림이었던 것입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유림은 미안함과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며 희도에게 정체를 고백합니다. 이 극적인 화해를 기점으로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가장 잘 이해하는 ‘둘도 없는 단짝’이자 ‘가장 위대한 라이벌’로 거듭나게 됩니다.

청춘이라는 계절은 왜 아프도록 아름다운가
꿈을 향해 달린다는 것의 의미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가장 잘 그려낸 것은 단연 청춘의 열기입니다. 희도가 펜싱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이진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도 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붙드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것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는 꿈을 향해 달리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동시에 얼마나 외롭고 소진되는 일인지를 IMF라는 시대적 배경과 함께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시대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이 작품은 그 시절 IMF가 대중들의 삶에 얼마나 깊게 파고들었는 지 보여줍니다. 이진의 가족의 파산, 유림 가족의 경제적 위기,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그 시대를 견뎌내는 모습들은 개인의 이야기가 시대와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죠. 두 사람의 사랑이 싹트고 자라나는 배경이 하필 모든 것이 흔들리던 그 시절이라는 점이, 이 관계를 더욱 애틋하고 간절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청춘은 영원하지 않기에 빛난다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결국 하나입니다.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 희도와 이진이 함께한 시간과 사랑이라는 감정, 희도와 친구들이 나눴던 우정,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함께 달리던 순간들. 이 드라마는 그것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더 빛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작품은 물리적으로는 영원하지 않아도 그 시절의 뜨거운 열정만큼은 우리의 기억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며, 그렇기에 지금 현재의 모든 행복, 고통, 사랑과 같은 순간적인 감각을 즐기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납득되지 않는 이별
※ 스포주의! ※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결말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긴 핵심적인 이유는 단순히 두 사람이 헤어져서가 아닙니다. 이별 자체보다 그 이별이 납득되지 않는 방식으로 그려졌다는 점입니다.
극 후반부 이진은 특파원으로 해외로 떠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급격히 멀어지며 이별로 이어집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지나치게 빠르고 생략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토록 깊이 서로를 이해하고 아꼈던 두 사람이 왜, 어떤 감정의 흐름 속에서 헤어짐을 선택했는지가 충분히 보여지지 않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마지막까지 함께 달려온 두 사람의 이별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기 전에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은 기분이었을 겁니다.
특히 이 결말이 더 쓰리게 다가오는 이유는, 두 사람이 쌓아 올린 서사의 본질을 드라마 스스로 부정하는 듯한 모순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극 중 희도와 이진은 서로에게 단순한 연인을 넘어 ‘서로를 시대를 이겨내게 한 구원자’였습니다. 이진은 모두가 무시하던 희도의 재능을 유일하게 믿어준 사람이었고, 희도는 무너진 이진을 “너는 언제나 나를 좋은 곳으로 이끌어”라며 일으켜 세운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후반부 현실의 벽 앞에서, 드라마는 이 견고했던 신뢰의 관계를 흔한 장거리 연애로 인한 소원함’과 ‘일이 바빠 소홀해진 연인’이라는 단순하고 갑작스럽게 이별의 분위기를 조성했죠. 반면 훨씬 더 장거리 커플인 “유림과 지웅”은 결국 지속적으로 사랑을 잃지 않은 끝에 결혼까지 성공했기에 이진과 희도의 이별이 더욱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만약에 둘이..
개인적으로는 희도와 이진이 함께하는 미래를 바랬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희도는 고등학생이고 이진은 성인인 상태에서 만나게 되었다보니, 이들의 미래를 기대하고 행복을 빌며 시청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벗어날 수 없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힘쓰고, 힘이 닿지 못하는 곳에서는 응원과 위로를 통해서 서로를 지켜나갔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서사적으로 쌓아온 이러한 신뢰관계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몰입에 조금 방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훨씬 더 큰 시련 속에서 두 사람이 겪는 고통의 과정이 극에 달하다가도 결국 또 다시 한 번 서로를 구원해주는 서사가 이 드라마의 결에 더욱더 맞기도 하고 아름다운 마무리가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원하지 않은 청춘에 대한 이야기응 라고자 했다면 두 사람의 관계성의 변화를 조금 앞당겼다면 서사적인 완성도가 훨씬 괜찮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조금 더 일찍 틀어 두 사람의 관계 변화를 세밀하게 빌드업했다면, 이별이라는 결말도 충분히 설득력 있었을 것입니다.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지켜내려고 치열한 노력은 했으나 각자의 삶의 궤적과 타이밍 때문에 이제는 서로를 놓아주어야 할 때임을 깨닫는 성숙한 이별이었다면, 시청자들 역시 눈물 속에서도 두 사람의 미래를 응원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말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이 오가는 작품이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명작임은 확실하다고 자부합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단순히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로맨스물이 아닙니다. “시대가 빼앗아간 꿈”이라는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방황과 재기, 도전의 과정을 깊이 있게 보여준 작품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직 젊은 이들이 겪는 혼란과 불안을 극 속에 고스란히 잘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나희도”라는 메인 캐릭터가 가진 통통 튀는 매력과 솔직함 덕분에, 청춘의 복잡한 감정들이 시청자들에게 훨씬 더 잘 전해지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또한 이진과 태양고 4인방의 케미스트리 역시 정말 인상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로코가 중심이긴 하지만 이진과 희도 외의 다른 인물들 간의 서사와 관계성 역시 이에 못지않을 정도로 깊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단순한 로맨스물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복합적인 메시지와 울림을 주는 작품으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결말 역시 분명히 아쉽긴 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기대하던 결말이 아니었기에 지금까지도 계속 기억되고 드라마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크게 와닿은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가 희도와 이진의 관계성에 그만큼 열렬히 몰입하고 그들을 응원했기 때문에, 이별이라는 결과가 주는 충격과 아쉬움도 더 크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결말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바라본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결국 우리 모두가 지나온, 혹은 지나갈 청춘의 한 페이지를 완벽하게 담아 낸 작품입니다. 결말이 어떻게 끝났든 등장인물 모두가 치열하게 그려온 각자의 청춘들이 그 아쉬움을 상회할 정도로 깊게 박힌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먹먹한 여운을 남기면서 청춘의 찬란함과 시대의 무게를 이토록 완벽하게 담아낸 작품은 드문 만큼, 인생의 깊은 울림을 느끼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정주행해 보시길 권합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여름
청춘의 한가운데서
만난 뜨거웠던 우리
그 여름은 우리의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