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하소서’가 보여준 숏폼 드라마의 문법

틱톡, 쇼츠, 릴스···. 숏폼의 유행 속에서 드라마 역시 예외는 아니다. 1시간 내외의 호흡을 가진 기존의 드라마와는 달리 2분 내외의 짧은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숏폼 드라마’가 최근 한국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숏폼 드라마는 자극적인 소재와 빠른 전개로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하며, 초반 무료 공개 후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구조를 갖는다.

‘마이크로 드라마’, ‘버티컬 드라마(vertical drama)’라고도 불리는 숏폼 드라마는 중국에서 시작하여 미국, 일본 등 각국으로 퍼져 나갔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는 드라마박스, 드라마웨이브와 같은 중국계 숏폼 드라마 플랫폼이 주요 매출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 역시 자체 숏폼 드라마 플랫폼과 콘텐츠를 개발하며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레진스낵(Lezhin Snack)’은 글로벌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기업 레진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한 숏폼 드라마 플랫폼으로, 레진코믹스·봄툰의 웹툰 IP를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익숙한 맛 + 신선한 맛

숏폼 드라마 <구원하소서>는 동명의 레진코믹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영화 <불한당>, <베테랑2> 각본에 참여했던 이원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하반신 마비를 얻게 된 ‘형오’가 자신을 괴롭히던 교내 권력 집단에게 복수를 하게 되는 것이 중심 서사이다. 나약했던 주인공이 힘을 키워 자신을 괴롭히던 존재에게 복수를 한다는 익숙한 서사를 따른다. 자투리 시간에 ‘쉽고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숏폼 드라마의 특성상, 익숙한 장르적 코드의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시청자들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안 큰 집중을 기울이는 것 대신 즉각적인 즐거움을 얻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청자의 흥미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익숙함과 신선함이 공존해야 한다. 복수의 과정에서 ‘형오’가 품고 있는 반전, 쌍방 구원이 이루어지는 전학생 ‘서연’과의 관계는 작품만의 차별점을 형성한다.

제4의 벽(관객과 작품 속 세계를 구분하는 가상의 벽)을 깨는 연출 또한 신선함을 준다. 1화에서 ‘형오’는 카메라와 눈을 맞추며 “뭔데. 왜 그딴 눈으로 보는 건데? 너도 내가 불쌍해보여?”라고 말한다. 이러한 연출을 작품의 도입부에 배치하면 시청자가 인물에 대한 심리적인 거리감을 빠르게 좁혀 작품에 몰입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TV보다 개인화된 시청 환경을 지닌 스마트폰을 주 시청기기로 사용하는 숏폼 드라마의 특성상 이러한 효과는 극대화된다. TV를 보고 있는 ‘너’는 여러 명일 수 있는 반면, 스마트폰 너머의 ‘너’는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내레이션의 존재감
빠른 서사 진행을 위한 설명적 내레이션 역시 숏폼 드라마의 특징이다. 인물은 내레이션을 통해 자기 내면을 드러내거나, 서사를 압축하여 설명한다. ‘구원하소서’에서도 ‘형오’의 내레이션을 통해 과거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복수를 위한 준비 과정을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서사의 키를 주인공이 잡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시청자가 더 쉽게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양한 해석이나 가치 판단이 개입할 여지를 제한하기도 한다. 시청자는 능동적으로 서사를 받아들이기보다 주인공이 제시하는 관점을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숏폼 드라마는 가볍고 재밌다. 한 편을 보기 시작하면 강한 중독성에 완결까지 단숨에 보게 된다. 하지만 앱을 종료하는 순간, 대부분의 내용은 빠르게 휘발된다. 작품 속 인물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서사가 어떠한 흐름으로 진행되었는지는 흐릿해지고, 자극적인 몇 장면만이 조각처럼 남는다. 이것은 비단 <구원하소서>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콘텐츠 소비가 빨라질수록 우리는 작품에 몰입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그것이 과연 진정한 몰입인지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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