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부정하는 데뷔, 언차일드의 UNCHILD

언차일드(UNCHILD), 성장 서사의 균열에서 출발하다

스테이씨의 여동생 그룹으로 데뷔 전부터 주목을 받아온 신인 걸그룹 언차일드(UNCHILD) (박예은, 히키, 티나, 아코, 이본, 나하은)는 2026년 4월 21일 데뷔한 다국적 6인조 그룹이다.

이들의 데뷔와 초기 활동이 신인임에도 신인 같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스테이씨의 여동생’이라는 수식어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멤버 나하은에게 오랜 시간 집중되어 온 대중의 시선이 그룹 전체의 이미지와 맞물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하은은 대형 시상식에서 히트곡 메들리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어린 시절부터 성장의 가능성이 매우 큰 댄서(혹은 아이돌)로서의 모습들이 비춰지곤 했으며, 이는 개인을 넘어 팀에 대한 기대와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이러한 이력은 언차일드가 데뷔와 동시에 친숙하게 인식되는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성장’이 아닌 ‘부정’에서 시작하는 노래

그룹명과 동일한 데뷔곡 〈UNCHILD〉는 흔히 떠올리는 ‘불완전함에서 온전함으로 나아가는 성장 서사’와는 결이 다르다. 어린 시절의 이미지, 보호받던 존재로서의 ‘아이’를 스스로 부정하고 밀어내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사운드는 미니멀한 비트 위에 날카로운 신스와 단절된 리듬을 쌓아 올린다.

We are UNCHILD가 반복되는 가사는 성장담의 종착점이 아니라, 정체성의 공백을 강조한다. 이 곡에서 말하는 어른은 책임감 있는 이상형이 아니라, 보호막이 사라진 이후의 세계에 가깝다. 특히 과거의 멤버(나하은)가 보여줬던 ‘완성형 재능’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비트는 것으로 바라본다고 해석할 수 있다면, 이는 개인의 서사가 팀의 콘셉트와 자연스럽게 맞물릴 가능성 역시 제시되는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UNCHILD>가 흥미로운 이유는, 케이팝에서 반복 소비되어 온 성장 서사를 재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아이돌이 어린 시절의 꿈과 현재의 성공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데 비해, 언차일드는 그 사이에 존재하는 균열과 불안, 공백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이들은 ‘잘 자란 아이’가 되는 대신, 정형화된 틀을 깨부수는 태도를 데뷔곡부터 전면에 내세운다.

완성이 아닌 선언으로서의 데뷔

결국 언차일드의 <UNCHILD>는 높은 수준의 성숙함 과 완성된 자신을 자랑하는 곡이라기보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뷔 선언에 가깝다. 이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과거의 이미지와 기대를 부수는 데서 출발한다. 단조로움을 깨부수는 이미지를 드러내는 곡을 통해, 언차일드는 그 이면의 불안과 공백을 전면에 내세운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의 데뷔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아이가 아닌 존재로서,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상태로 무대에 선 이들의 다음 선택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You May Also Like...

“잘 찾아오셨어요. 귀신 전문 변호사입니다.” 기묘하고도 따뜻한 한풀이 어드벤처

신이랑은 어떤 순간에도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인품을 가진 인물입니다. 산 자와 죽은 자에 대한 구분 없이 떠난 이들에 대한 억울함과 남겨진 이들에 대한 마음을 모두 다독이는 다정한 인물이죠. 신이랑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신이랑 법률사무소]는 돈이나 명예 같은 세속적 가치를 넘어, 희망을 잃고 불행해진 현대인들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본문보기 »

영화로 향하는 ‘문’을 열어준 작품, 〈설국열차〉

이러한 설정과 메시지에서 벗어나서, 설국열차는 영화로서도 훌륭하다. 중간칸에서 롱테이크 전투를 치르다가 예카테리나 다리를 건너는 순간 모두 싸움을 멈추고 해피뉴이어를 외치는 것에 이어서, 암흑 속의 전투와 횃불로 그 난관을 타파하는 것까지. 그 부분은 통째로 잘라내고 싶을 만큼 뛰어난 연출의 연속이었다.

본문보기 »
error: 콘텐츠가 보호되어 있습니다.